2013년 7월 20일 토요일

어느 개의 죽음

8
녀석이 마지막 순간들을 보낸 그 방에 대해 쓰면서 나는 가족 중의 누군가가 죽음을 맞은 방은 다시 사용하지 않는다는 어느 고장의 관습에 대해 생각한다. 그곳에선 방 안의 모든 것들이 죽는 당시의 상태 그대로 보존되고 아무도 그 방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아마도 한 세대 정도가 지나가면, 그 집이 아무리 넓어도 살아남은 사람들이 사용할 방이 남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관습이 왠지 마음에 든다.


24
글을 쓰는 행위는 틀림없이 죽음과 밀접한 관련 ㅡ 예전에라면 이러한 관련을 좋아했겠지만 지금은 견딜 수가 없다 ㅡ 이 있다. 만일 타이오가 살아 있다면 나는 녀석에 대해 글을 쓰지 않을 것이다. 나는 녀석과 함께 사는 것만으로 행복할 것이며(불행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으로 만족할 것이다. 하지만 녀석이 이 세상에 없기 때문에 나는 녀석의 삶을 정리해 보고 싶은 욕구를 억제할 수 없다. 녀석에게 또 하나의 삶을 마련해 주고자 하는 것일까?


35
만약 당신이 사랑하는 이를 안락사시킨다면 그것은 그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한 것인가, 당신의 고통을 덜기 위한 것인가? 죽음을 맞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견디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사랑 때문에 마찬가지의 처신을 할 수도 있다.


54
당신은 내게 말할 것이다. 「당신이 누리는 기쁨들에 대해 감사를 드려야만 하지 않겠소?」 하지만 그 기쁨들을 전해 주는 손과 빼앗는 손이 같은 것이라면?


78
우리는 살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살아남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꽃들, 가축들, 우리의 부모들을 잃고도 살아남는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잃고도 살아남는다. 생존하는 동안 육신의 여러 부분들이 우리에게서 벗어나지만 그래도 우리는 살아남는 것이다. 훗날 우리는 미래에 대한 꿈과 추억들을 잃고도 살아남는다. 그러고서도 우리는 <산다>라고 말한다.


90
간단히 말해서, 우리를 사랑하는, 또는 사랑할 마음을 지닌 대상을 사랑하자. 보잘것없는 설득력을 이용하려 들지 말고, 우리가 보다 나은 존재라고 믿지도 말자. 우리에게 베풀어지는 놀라운 은총을 기꺼이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우리들을 고립시키는 커튼을 걷고 누군가 우리에게 손을 뻗는다. 서둘로 그 손을 붙잡고 입을 맞추자. 만일 그 손을 거두어들인다면 당신의 수중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테니까. 오직 사랑이란 행위를 통해서만 당신은 당신 자신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