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5일 수요일

윤종신 - 계절은 너에게 배웠어.

좋아하는 가수가 있고,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가 있다는 건 큰 힘이 된다. 윤종신 굿즈 '계절은 너에게 배웠어'를 출퇴근 하면서 읽었다. 가사가 절반이라 금새 읽을 수 있다. 읽기 전엔 윤종신의 생각과 개인사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개인사보단 '사랑, 이별'에 관한 노랫말 비중이 컸고, 가사를 적었을 때의 느낌과 생각을 위주로 서술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대완 결이 조금 달랐던 책이다.

69p

저는 좋은 가사란 구체적이면서도 구체적이지 않은 가사라고 생각합니다. ... 노래를 듣는 이가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도록 충분히 구체적이되, 사람마다 각기 다른 그림을 상상할 수 있도록 적당히 여백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82p

사랑 이야기는 응당 어떠해야 한다는 서사적 경계에 갇히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사랑 이야기라고 해서 감정을 직접 서술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157p

...

그저 노래가 좋아 부르다
남들보다 늦게 떠나기에
조금은 이르게 뒤돌아보는 소중한
나의 이십대


164p

삼십대는 불안한 시기입니다. 아예 모르면 괜찮을 텐데 뭔가를 좀 알게 됐기 때문에 더욱더 불안해지는 시기죠. 지금 여기서 잘못되면 끝이라는 압박 때문에 필사적이고, 지금 이 기회를 무조건 움켜쥐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고통스럽습니다. 삼십대를 치열하게 보내야 남은 인생에서 고생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분위기 때문에 마음고생도 심하고, 이제 더는 어리지 않다는, 누구도 봐주지 않는다는, 진짜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자각 때문에 어깨도 무겁습니다. ... 각자 나이를 먹어가면서 단단해진 가치관이 부딪히는 건 피할 수가 없습니다.


180p

...
이렇게 노래의 힘을 빌어
한번 말해본다
기어코
행복하게 해준다.


182p

저는 아이들 때문에 희생하는 부모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제 아이들 역시 부모에게 종속되지 않기를 바라고요. ... 각각의 소중한 개인으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개인이 되는 것. 제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건 그것뿐입니다.


206p

이제 지난 삶을 조금은 관조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일까요, 저는 제가 그런 사람이라는 게 못내 아쉽습니다. 특히 젊은 시절을 떠올리면 안타까운 마음이 커지는데, 뭐랄까 저는 좀 퍼져 있었거든요. 약간의 패배주의와 막연한 기대감에 젖어서 공상만 많이 했어요. ... 그때 내가 겁없이 돌아다니고 원 없이 배웠다면 어땠을까, 좀더 진취적이고 활동적이고 오픈 마인드인 사람이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지금도 가끔 해요. 떠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늘 가슴 한쪽에 남아 있는 거죠.


258p

제 장례식에서는 술을 마음껏 마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소주나 맥주뿐만 아니라 막걸리도 있었으면 좋겠고, 와인이나 양주도 마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파티처럼 다들 자기가 마시고 싶은 술을 직접 들고 오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저를 기억하면서 마음껏 건배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저에 대해 섭섭했던 것들, 아쉬웠던 것들, 인상적이었던 것들, 좋았던 것들을 떠올리면서 웃고 떠들었으면 좋겠어요.


263p

제 말이 활자화되는 것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한번 활자화되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남기 때문에 그게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또다른 저를 만드는 것 같거든요. ... 아마도 저는 이 책 안에서 그 모든 실수를 했을 겁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실제의 저보다 훨씬 더 근사해 보였을 거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실제의 저보다 훨씬 못나 보였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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