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7일 일요일

한 가지를 위해 나머지를 포기하는 자유 - 일점호화주의

이 한 대목을 종이로 갖기 위해 데라야마 슈지의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를 구입했다.


  이 시대의 샐러리맨이나 노동자들은 제아무리 계획적으로 월급을 쪼개어 쓰더라도 결국 스포츠카 한 대 사기도 힘들다. 그러기는커녕 백과사전 전집을 산다든지 레스토랑에서 달팽이 요리를 맛본다든지 링사이드에서 사이조의 권투시합을 구경하는 것조차 힘들며, 새 구두 한 켤레 사려고 해도 여러 번 망설여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긴자의 요정은 언제나 사람들로 넘치고, 도요타는 세계에 자동차 생산량을 뽐내며, 노동자 급료의 6~7배나 하는 백과사전이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하지만 스포츠카 전시회에서 군침을 삼키는 소년들에게는 스이젠지의 '도쿄 에서 힘들면 나고야로 가야지'라는 유행가 가사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럴 때 우리는 일점호화주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잠이야 담요 한 장으로 다리 밑에서 자도 상관없으니 일단은 원하는 스포츠카부터 사고 보자. 사흘 동안을 빵과 우유 한 병으로 때운 뒤, 나흘째는 레스토랑에 간다. 돈을 평범하게 사용할 때 얻게 마련인, 균형잡힌 매너리즘과 가능성이라는 지평을 깨부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일점호화주의밖에 없으리라.
  월급을 양복이나 아파트, 삭시 등에 일정하게 배분한다면 우리도 금방 '거북이' 무리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지 말고 자기 존재 중 쏟아부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여겨지는 한 점을 골라 그곳에 경제력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아버지는 양복파나 미식가, 스포츠광과 같은 젋은이들을 한심한 놈으로 여기겠지만, 사실 이렇게 경험을 축적해 나가는 것은 지극히 사상적인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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